조국의 독립을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치신 매헌 윤봉길 의사(梅軒 尹奉吉 義士)님의 영전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오랜 세월 그 뜻을 지켜오신 유족 여러분들께도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얼마 전 전 세계를 감동으로 물들인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의 한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1·2차 시기에서 큰 부상을 입은 최가온이라는 17세의 어린 선수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금메달을 따낸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함께 출전해서 은메달을 딴 한국계 미국 선수 클로이 김이 기자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 한국 사람은 다릅니다. 벼랑 끝에 몰리고 피가 나고 뼈가 아파야 비로소 진짜 힘이 나옵니다. 그 오기로 전 세계를 제패한 겁니다”.
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전율을 느끼고 소중한 한 분을 떠올렸습니다. 바로 매헌 윤봉길 의사입니다. 일제의 폭정 아래 가장 어두운 절망의 시대, 조국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졌던 매헌의 결단, 바로 살신성인(殺身成仁)과 사생취의(捨生取義)의 정신입니다. 윤봉길 의사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집을 떠나며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 - 장부가 집을 나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다”.
이 한마디에는 나라와 겨레를 위해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바친 한 청년의 간절한 염원과 숭고한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매헌 윤봉길 의사의 항일독립투쟁은 단지 한 나라의 독립을 위한 투쟁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자유와 존엄, 그리고 세계평화라는 보편적 이상을 향한 위대한 투쟁이었습니다. 오늘 대한민국의 번영과 발전 또한 매헌과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 위에 우리 국민 모두의 피와 땀과 눈물이 더해져서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 정신이 오늘 우리의 젊은이들에게도 면면히 내려오며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믿습니다.
이제 저는 역대 회장님들께서 보여주신 헌신과 열정을 이어받아 매헌 윤봉길 의사의 숭고한 뜻을 다음 세대에 올바로 전하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매헌의 정신이 역사 속의 기억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사회에 생동하는 가치로 그리고 우리 젊은 세대와 미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여러분과 함께 힘을 모으겠습니다. 벼랑 끝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민족정신, 그 투혼이야말로 바로 매헌 윤봉길 의사의 정신입니다.
어려움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끝내 길을 만들어내는 그 각오와 저력 속에서 매헌의 정신을 다시 만납니다. 위대한 애국자 매헌 윤봉길 의사의 거룩한 정신을 함께 나누는 이 자리에서 여러분 모두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올리며 취임사를 마칩니다.